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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관한 생각-30
16-08-22 10:24 1,191회 0건

여전히 배우는 날들


기사입력 2016.08.04 17:42:10 | 최종수정 2016.08.04 17:50:01


 



지난주 304낭독회에 갔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낭독회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작가와 시민들의 행사로 이제 2년이 다 되어 간다.

낭독 책자를 챙기고 사람들을 기다리는데 청년 한 분이 강당 입구에서 "여기가 낭독회장인가요?"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도 나는 청년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제가 앞이 보이지 않아서요"라고 말하고 청년이 가만히 기다릴 때에야 들고 있는 접이식 스틱이 보였다. 어떻게 도와야 할까 잠시 당황하고 있는데, 소설가 B가 성큼 나서며 "언니 제가 안내할게요" 했고 청년의 손을 잡았다.

다행히 강당에는 계단 이외에도 경사진 길이 나 있어서 청년과 B는 그렇게 손을 붙들고 낭독회장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물론 누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도왔겠지만 B가 조금의 머뭇거림 없이 재빨리 손을 내미는 장면은 어쩐지 내 마음을 흔들었다. 도와야 할 방법을 일부러 떠올려야 하는 것이 나라면, 그것이 몸에 배어 순식간에 나설 수 있는 것이 B였다.

작년 여행지에서 봤던 장면도 떠올랐다. 일본 하카타역 근처 편의점 앞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시각장애인이 앞서가는 청년의 어깨를 잡고 걸어왔다. 마치 어렸을 때 기차놀이를 하듯 걸음을 옮기며 그들은 웃었는데, 그 웃음이 너무 밝고 쾌활해서 뭔가 좋은 일이 있는 일행인 줄 알았다. 하지만 편의점 앞에 서자 그들은 손을 흔들며 헤어졌고 이번에는 청년이 부른 편의점 직원이 어깨에 손을 얹고 시각장애인을 매장으로 안내했다. 인상적이었고 적어도 그 순간에는 대도시의 삭막한 풍경이 좀 다르게 느껴졌는데, 막상 내가 그렇게 도와야 할 때는 왜 바로 생각나지 않았을까.

낭독회가 끝나자 청년도 가방을 챙겼다. 나는 청년이 혼자 강당 입구까지 왔으니까 거기까지 안내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시인 J가 다가가 청년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도와드리면 편하실까요?"라고. 나는 J의 태도에 좀 놀랐고 이내 부끄러워졌는데, 지하철역까지 함께 가줬으면 좋겠다고 청년이 조심스럽게 도움을 청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강당 입구가 아니라 지하철역까지 함께 가줄 수 있다는 것, 그러면 청년이 더운 여름에 조금 덜 헤매게 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예단하지 않고, 내가 여기까지 해주겠다 미리 선 긋지 않는 선의. 그러한 선의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수 있는 것. 그것은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소중한가. 이러니 매순간 배워나갈 수밖에 없다.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곁에 있다는 것에 다행스러워 하면서. 그런 마음들을 기꺼이 배우겠다 다짐해보면서.

[김금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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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배려와 관련한 에피소드라 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어떤 것이 불편한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내 입장에서 미리 판단하여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는지 의사를 먼저 확인한 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지나침 없이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만일 다른 장애인인 경우는 어때야할까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장애인, 예를 들어 뇌병변장애인, 언어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인 경우에 그리고 경중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어렵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흔히 비장애인들끼리도 상대의 뜻을 파악하지 못하고, 이해를 못하거나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지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항상 나와 다른 사람들입니다. 모두가 서로에게는 다른 사람들, 성격이나 체질, 생각과 말과 행동, 사회적 환경이 모두 다른 사람들인 것입니다. 다만 한 가지,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과 지지를 할 줄 알면 됩니다. 내 생각을 말하고 이해시킬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다음은 같은 날 같은 지면에 실린 또 다른 내용의 가사입니다.


 


 


우울증 주민 살린 사회복지 공무원자살시도 40대 목숨 구해


박동민 기자


입력 : 2016.08.04 17:42:33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이 신속한 판단과 적절한 대처로 다량의 우울증 약을 먹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주민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수영구청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광안2동 주민 A(40)가 주민센터의 사회복지 8급 공무원인 배문경 주무관(36·)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내용은 "가기 전에 통화할 사람도 없고 외로이 가겠네요. 고마웠습니다"였다.


 


우울증이 심하고 지병도 있던 A씨는 배 주무관이 평소 관리하던 기초생활수급자로 이날 가족과 다퉜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이미 우울증 약 70알을 한꺼번에 복용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다.


 


토요일이라 가족과 외출해 주말을 보내던 배 주무관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약 1시간 동안 통화를 하면서 계속 말을 시켰고 옆에 있던 남편 이주호 씨(36)에게 119에 구조 신고를 하도록 했다. A씨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약물치료를 받아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안정을 찾았다.


 


배 주무관은 병원을 찾아가 A씨의 상태를 확인하고 한숨을 돌렸다. 배 주무관은 "사회복지 담당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A씨가 잘 지내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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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공무원의 미담사례입니다.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은 질문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무슨 이유에서 이런 문자를 보냈을까를 생각했던 겁니다. 그 문자의 함축된 의미를 찾았지요. 그리고 이것은 시각을 다툴 만큼 몹시 절박하고 급한 문제임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죽고자 하는 사람도 죽기 전에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죽음을 암시하는 아주 간결한 표현과 인사, 그것은 정말 살고 싶은 솔직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그 메시지를 받아볼 상대에게 나는 살고 싶어요. 그런데 스스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당신에게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는 간절한 의사표시인 것입니다.


 


해당 사회복지공무원은 그 간단한 메시지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었고 그래서 전화를 걸어 오랜 시간 통화하면서 남편에게 구조신고를 하도록 한 것입니다.


 


주변에 그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어요.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항상 주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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